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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 김일훈 28] 하루라도 빨리 병증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다

작성자
인산한의원
작성일
2023-11-06 16:54
조회
439
낭림산의 발치께에서 화전(火田)을 일구어 먹으며 사는 어느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또 반대로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위장병·폐병 등에 걸려 치료다운 치료 한번 받아 보지 못한 채 앓거나 죽어 가고 있었다. 그들이 상식(常食)하는 것이라야 멀건 메밀죽이 고작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였다. 사실 그들이 사는 곳의 주변 산지에는 앞서 말한 느릅나무를 비롯한 양약(良藥)들이 널려 있었으나 그것들이 자기들 몸에 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겨우 연명하기에 급급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운룡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느릅나무의 뿌리 껍질과 황률(黃栗)이라 부르는 토종밤을 채취하도록 하여 그 두 가지를 가미한 떡이나 국수를 만들어 두고두고 장복할 것을 권하였다. 황률은 금성(金星)인 태백성(太白星) 정기에 응해 화생한 식물로 그 약성은 크게 원기를 돕고(大補元氣) 뼈와 힘줄을 튼튼하게 하며(壯筋骨) 양기를 북돋운다(補陰補陽). 또 정신을 맑게 하여 기억력을 향상시켜 주며, 콩팥과 방광의 여러 질환 치료에도 중요하게 쓰일 수 있는 약재이다. 그런 황률을 유근피와 함께 오랫동안 섭취하면 체내의 여러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지 곳곳에서 흔하게 다량의 채취가 가능하고 영양가 또한 높으므로 우선 영양실조를 다스리는 데에서부터 매우 효과적인 식품이 되겠기에, 운룡은 마을 사람들에게 ‘유피밤떡’을 만들어 먹는 방법부터 가르쳐주었다.

“껍질을 벗긴 황률을 살짝 으깨어 2~3일간 햇볕에 말린 뒤에 절구나 맷돌로 가루를 내어 유피나 유근피 가루 36, 황률 가루 100의 비율로 혼합하여 반죽을 하십시오. 그렇게 반죽을 할 때에는 유피나 유근피에서 진득진득한 거품이 많이 나오므로 물의 양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반죽으로 떡을 빚어 쪄서 드시거나 국수로 눌러 드시면 좋습니다. 국수로 눌러 드실 때에는 보리차에 무 오가리를 넣고 끓인 물에 국수를 말아 드십시오. 그리 하시면 우선 당장 끼니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영양 결핍을 해소하며, 각종 위장병과 폐결핵 등의 폐병, 신장염·대장염·요도염·방광염·변비·어혈·신경통·요통·관절염·고혈압·저혈압·독맥(督脈) 경화 등의 병을 고칠 것입니다. 그리고 중풍이나 각종 암 질환 등의 난치병들을 예방할 수 있으며, 노화를 더디게 함으로써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마을 주민들 가운데에는 특히 위궤양·소화불량·위하수 등의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는 장기간에 걸친 치료 효과를 권장해 주기에 앞서 하루라도 빨리 병증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운룡은 그런 사람들에게 사방에 널려 있다시피 한 수영 풀을 뜯어다가 솥에 넣고 푹 삶은 뒤, 엿기름을 두어 삭힌 다음 그것을 베 보자기로 짜서 찌꺼기는 버리고 남은 물로 감주(甘酒)를 만들어 복용케 했다. 그마저도 번거롭거나 귀찮게 생각하는 이들은 그냥 수영 풀을 삶은 물을 식전에 양껏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열흘 안에 환지들 모두에게서 속이 아픈 증세가 사라지고, 위장병들이 낫게 되었다.

“거 참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구먼. 길가에 흔해 빠진 게 괴시양(수영)인데 그게 약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저 운룡 청년이 아니었으면 두고두고 고생을 바가지로 하다가 죽었을 텐데, 고맙기도 하지…….”

위장병을 고친 마을 사람들은 너도 나도 입을 모아 운룡의 신기한 치료 능력에 감탄과 찬사를 거듭하였다.

싱아, 괴싱아, 시금초, 산모(酸模) 등 지방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수영은 마디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다. 식물도감에는 수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소루쟁이와 비슷한 모양이나 줄기와 잎이 약간 여위고 작다. 땅속줄기는 통통하고 짧으며 땅 위의 줄기는 원주형에 홍자색을 띠고 높이는 약 80cm 정도이다. 뿌리 잎은 모여서 나고 잎자루가 길며, 줄기 잎은 어긋맞게 나고 잎자루가 짧거나 또는 없다. 암수딴그루이며 우리나라에서는 5~6월에 녹색 또는 담홍색 꽃이 원추꽃차례로 줄기 끝에 핀다. 들이나 길가에서 나는데, 아시아 및 유럽의 온대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나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해로우며, 뿌리의 즙액은 옴에 바르는 약으로 쓰인다.’

그러나 운룡은 그와 같은 상식에 머물지 않고 수영이 목성 계열인 세성과 수성(壽星)의 정기를 받아 화생하였으므로 맛이 시며(酸=木味), 목생화(木生火)→화생토(火生土)의 원리에 따라 위장 기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비위(脾胃) 등 제반 소화기 계통의 질환 치료에 유용한 약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마을 사람들의 위장병 등을 단시일 내에 고쳐 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출처: http://kor.theasian.asia/archives/31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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