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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 김일훈 46] 이승만 대통령 면담 마치고 경무대를 나오니…

작성자
인산한의원
작성일
2023-11-06 17:13
조회
313
경무대의 주변 풍경은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아 온통 붉고 노란 빛으로 감싸여 있었다. 대통령 비서실 직원은 인산의 일행을 경무대 내의 경찰서로 안내했다. 그곳에서는 이(李) 아무개라는 노신사가 인산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서실 직원은 인산에게 그 사람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분은 각하께서 각별히 거두어 생각하시는 이 선생님이십니다. 각하께서 명의이신 김 선생님을 면담중이라는 말씀을 듣고 달려오셨지요. 어린 손자가 뇌염으로 지금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각하께서도 그 아이를 꼭 소생시켜 달라는 특별 부탁이 있으셨습니다.”

인산은 최영호 선생과 함께 그 노신사의 차를 타고 아이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최신 약품을 써보는 등 백방의 노력을 했지만……. 이제 기댈 데라고는 인산 선생님뿐입니다. 부디 제 손자 녀석의 재롱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달리는 차 안에서 노신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부모가 초조한 마음으로 그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산은 곧바로 환자가 누워 있는 병실로 발길을 떼었다. 외부에서 온 대단한 의사가 다 죽게 된 환자를 살리러 왔다는 얘기를 듣고 환자의 담당의사를 비롯한 여러 의료진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인산의 치료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 달려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법무부 장관 이인과 대법원장 김병로, 보건부 장관 구영숙(具永淑) 등은 특히 인산이 어떤 치료법을 쓰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할지에 관심을 갖고 아랫사람을 보내 그 자리에 입회하게 하였다. 이인과 김병로는 모두 어렸을 때 앓았던 뇌염의 후유증으로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저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인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질 만했고, 구영숙은 소아과 의사로서 인산이 대통령과 면담하여 국민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건의를 할 정도라는 사실이 있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환자는 3~4세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뇌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후 다각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왔지만 별 차도가 없었고, 급기야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겨우 숨을 잇고 있었다. 담당 의사는 환자의 고열을 낮추기 위해 얼음을 가득 채운 상자 안에 발가벗긴 환자를 넣어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 광경을 목도한 인산은 눈을 크게 뜨며 흰 가운을 입고 둘러선 의사들을 힐난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사람들을 보았나……. 당장 저 아이를 꺼내놓으시오.” 인산의 호통에 찔끔한 담당 의사는 간호원에게 환자를 얼음 상자에서 꺼내라고 지시했다. “수건과 담요를 가져오시오. 얼른!” 인산은 수건으로 환자의 몸에서 물기를 닦아낸 다음 그 위에 담요를 석 장이나 겹쳐 덮었다. 그러고는 환자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울먹이고 있던 환자의 어머니와 간호원 한명도 달려들어 인산과 함께 환자의 몸을 주물렀다. 환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뇌염환자에게 얼음찜질을 하다니……. 뇌와 장부(臟腑)에 냉독(冷毒)이 미치면 어쩌려고……. 뇌열(腦熱)에 이상이 없어야 할 텐데…….”

환자를 주무르며 인산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고는 의사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덧붙여 말했다. “뇌열이 한번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이 환자가 소생한다 하여도 평생 불구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시오? 뇌 손상으로 저능아가 되거나 소아마비나 간질에 걸려 돌이킬 수 없게 된단 말이오.”

어느 정도 환자 피부의 온기가 회복되자, 인산은 침통을 꺼내 그 속에서 동침 하나를 뽑아들었다. 그 손놀림 하나하나에 거침이 없었다. 인산은 첫 번째 침을 환자의 백회혈(百會穴)에다 1푼 깊이로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이어서 백회를 중심으로 사방 5푼 상거(相距) 지점에 서(오른쪽)·북(뒤쪽)·동(왼쪽)·남(앞쪽)의 순서로 침을 꽂아놓고, 양 손의 엄지손가락 안쪽 손톱 밑 부분에 위치한 소상혈(少商穴)을 찔러 사혈(瀉血)을 하였다.

백회는 제양지회(諸陽之會)로서 그곳에 침 자극을 주면 장부(臟腑)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백회는 중앙토(中央土)이므로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의 원리에 따라 서·북·동·남의 순서로 사방위(四方位)에 침을 놓고, 역시 장기의 열을 내려주기 위해서 소상혈에서 피를 짜내는 응급치료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피돌기가 멈추어졌던 사람도 심장의 판막이 다시 열리고 박동(博動)이 재개되어 피돌기가 순조로워지는 것이다. 그런 소생법은 <침구대성>(鍼灸大成)이나 <편작심서>(扁鵲心書)·<침구경>(鍼灸經) 등의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침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창적으로 오행상생침법(五行相生鍼法)을 구사하는 인산만이 가능한 치료법이었다.

인간이 머리를 두고 호흡하며 살아가는 대기(大氣)란 엄격히 말하자면 우주의 일부분이다. 그 속에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갖가지 기운과 색소 분자, 미생물 등이 표류한다. 인산은 그런 것들을 능히 이용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어떤 원인으로든지 신체의 균형이 깨어져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추출하여 환자에게 공급하거나 보충해 줌으로써 환자의 신체적 균형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 곧 인산의 치료법이었다. 뇌염에 걸려 의식을 잃고 있던 그 어린 환자의 경우, 인산이 응급치료로서 침을 놓았을 때 인산이 이어놓은 영선(靈線), 곧 침을 통해 환자의 몸 안에 전달된 우주의 기(氣)는 곧 강력한 힘을 발휘해 꺼져가던 환자의 의식을 되돌려놓을 수 있었다. 번갈아가며 환자의 양 손 엄지손가락에서 피를 짜내는 인산의 모습을 침묵 속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놀라움으로 화등잔만 해진 것과 동시에 환자가 두 다리를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이어서 눈을 뜬 환자가 둘러선 사람들을 보고는 제가 도리어 놀랐는지 마침내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환자의 할아버지와 부모들이 환자에게 달려들었다. 아이는 제 엄마의 품 안에 안기고 나서야 울음을 멈추었다. 둘러서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인산이 그동안 만주와 한반도 이북 지방을 떠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어린이 뇌염환자를 낫게 한 경험이 있음을 그들은 알 턱이 없었다. 그중에는 이미 생명이 끊어진 것으로 판단하여 거적때기로 둘둘 말아놓은 환자도 있었다. 그런 환자를 소생시키는 과정에서도 인산은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등의 비난 바가지만 뒤집어썼을 뿐, 막상 죽은 아이를 살려냈을 때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던 것이 세상인심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계의 1번지를 자처하던 서울대학병원에서 양의학적으로는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던 환자를 귀신도 놀랄 만큼 신묘한 치료술로 살려내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에는 복잡한 감회가 인산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회복기에 들었으니 오늘 중으로 환자를 퇴원시키도록 하십시오. 나는 예정된 볼일을 본 뒤, 저녁 무렵에 댁에 들러 아이를 한번 더 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뭐 부드러운 음식을 좀 먹이고 따뜻한 곳에 누워 쉬게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인산은 치료에 사용했던 침구를 알코올 솜으로 닦아 챙기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환자의 할아버지는 두 손을 모아 쥐고 머리를 숙이면서 인산에게 말했다. 인산은 그날 저녁에 이화장 근처에 있는 상공부 차관 함덕용씨 집에서 이명룡·최영호 선생 더불어 식사를 마치고 환자 아이의 집을 방문하였다.

인산은 의식을 처음 회복하였을 때보다 훨씬 똘망똘망해진 눈빛을 지닌 환자 아이에게 뜸을 떠주었다. 콩알만한 크기의 뜸쑥을 백회혈과 신회혈에 놓아주며, 그 부모에게 향후 열흘간 계속해서 그렇게 뜸을 떠줄 것을 당부했다.

출처: http://kor.theasian.asia/archives/31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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